이 책에서는 역사 인물들이 각각 처해진 상황 속에서 어떻게 마음의 평정을 이룰 수 있었는지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 보았다. 인물들은 그들만의 방식으로 마음의 평정을 실천해나갔다. 예나 지금이나 인간사에서 생길 수 있는 문제는 크게 다르지 않다. 홀로 사는 것이 아니라 함께 사는 사회란 범위에 있기에 그들의 문제가 지금의 문제와 별반 다르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. 결국 마음의 문제는 삶의 문제이기도 하다. 마음의 문제를 푸는 것이 삶을 풀어가는 열쇠가 될 것이다. 마음이 생기는 까닭에 모든 법이 생겨난다는 원효의 말처럼 마음에서 답을 구해야 할 것이 많은 현실이다. 원효에서부터 경허까지 다양한 역사의 인물을 통해 오늘 우리의 모습을 다듬어 보는 시간을 가져보는 계기가 될 것이다.
- 책 속으로
우리가 집착을 하든, 손에서 모든 것을 놓아 버리던 간에 바다는 그대로라고 말한 이는 바로 원효대사(617~686)이다. 원효대사가 누군가. 신라 3대 문장가이자 이두를 집대성한 설총의 아버지, 불교사상의 종합과 실천에 노력한 정토교(淨土敎)의 선구자, 한국 불교사상 가장 위대한 큰 스님 중의 한사람, 바로 원효를 일컫는 말이다. 특히 의상대사와 함께 당나라에 유학 가려다 도중에서 다시 신라로 돌아온 원효대사의 일화는 너무나도 잘 알려져 있다.
두 스님은 중국 유학길을 떠나는데 순조롭지만은 않았다. 첫 번째 길에서는 고구려 순찰병에 붙잡혀 신라로 돌아왔다. 두 번째 유학길에 오른 두 사람은 당나라 인근에서 심한 비를 만나 할 수 없이 길가 언덕 밑 흙구덩이 속에서 비를 피해 하룻밤을 묵게 되었다. 다음날 아침 일어나 보니 그곳은 옛 무덤이었다. 비가 그치지 않아 다시 하룻밤을 더 묵게 되었는데, 그날 밤 원효는 귀신들 때문에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.
“지난밤 잘 때는 토굴이라도 편안하더니, 오늘은 잠들 자리를 제대로 잡았어도 귀신들 사는 집에 걸려든 것 같았네. 아, 마음에서 일어나 여러 가지 법이 생기고, 마음이 사라지면 토굴이나 무덤이나 매한가지. 또 삼계(三界)가 오직 마음이요, 모든 법이 오직 앎이니, 마음의 밖에 법이 없는 걸 어찌 따로 구하리오. 나는 당나라에 들어가지 않겠네.”
박경남은 우리나라 역사와 고전에 관심을 가지고 그것을 재해석하는 즐거움으로 글쓰기를 하고 있다. 저서로는 <조선 왕의 독서법> <척독, 마음을 담은 종이 한 장> <사임당이 난설헌에게> <소설 징비록> 등이 있다.